최원규 작가, 봉산문화회관서
‘망각의 각인’ 주제 작품 선봬
길 위에서 들은 개인의 역사
수집한 바닥재에 각인시켜
‘우리’ 잊는 순간 ‘나’도 희미

최원규作
최원규作

공감각적인 경험을 설치예술로 표현하는 작업으로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최원규(44)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망각의 각인’을 주제로 한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출품작은 최 작가가 지난 2021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삶의 궤적을 찾아 시각 언어로 풀어내고자 하는 ‘숨’ 프로젝트의 연장선에 있다.

그는 대구에서 8개월 동안 길 위에서 노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중 일부의 장판을 교체해주며 얻은 재료를 시각 언어로 각인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현재의 대구를 만든 중·장년층의 생활공간에서 수집한 바닥재(장판)에 각각의 역사를 각인함으로써 가까운 미래에 사라질 역사를 기억하고자 하고, ‘망각’되고 있는 주변의 삶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어느 이름 모를 골목 어귀에서, 기다리는 무언가도 없이 붙박여 앉아 하루를 보내는 어머니, 한낮의 공원에 홀로 앉아있는 누군가의 아버지를 스치며 구상을 시작한 작업이다.

 

최원규作
최원규作

최 작가는 “매일 나를 스쳐 지나는 주변의 삶들, 그러나 드러나지 않아 인지하지 못하거나 애써 외면하려 하는 보통의 삶을 기억함으로써 다시, 삶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것은 곧 ‘나의 삶은 어떻게 기억되고자 하는가’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나’는 ‘우리’ 안의 ‘나’이며, ‘우리’의 존재를 잊는 순간 ‘나’의 존재도 희미해진다”고 말했다.

조동오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는 “급변하는 정보화 시대와 급속한 도시화, 산업화 속에 개개인이 가질 수 있는 사회적 소외감을 공감하는 상호작용의 소중함, 그리고 다변화된 예술 또한 그 삶과 동떨어질 수 없음을 가슴속 깊이 하나씩 각인해 당신의 삶이, 나의 삶이, 그리고 우리의 삶이 결코 다르지 않은 동반자임을 일깨워준다”고 전했다.

최원규 작가는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했으며 그동안 대구, 부산, 서울에서 4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청년 작가 창작활동 지원을 위한 레지던시 창작공간 광주 호랑가시나무 창작소, 대구예술발전소 레지던시 작가, 대만 가오슝 Pier2 레지던시 초청작가 등으로 활동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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