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
어제 아침에는 그 길 건너오던
오소리 한 마리 승용차에 치여 죽었다
어젯밤에는 그 길 건너가던
토종 다람쥐 한 마리 화물 트럭에 받혀 죽었다
오늘 아침에는 그 길 위에서
술 취한 버스가 젊은 사람을 죽였다
사람이 만든 길이 착한 생명을 죽인다 로드 킬
사람이 만든 길이 사람을 죽인다 로드 킬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사람의 길이
직선으로 달려가고 있다
현대 문명이 만들어낸 고속도로. 사람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이 도로에서는 숱한 죽음이 발생한다. ‘승용차’, ‘화물 트럭’, ‘버스’에 치어 죽은 ‘오소리’, ‘다람쥐’, ‘젊은 사람’을 보라. 선량한 저 생명들-동물을 포함한 사람-을 도로 위를 빠르게 달리는 차량이 죽였다. 하여, 시인은 저 도로를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사람의 길”이라고 표현한다. 이 죽음의 도로를 만든 문명을 ‘직선’의 문명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