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봉옥

시인은 죽어서 나비가 된다 하니

다음 세상에선

번잡한 세상 따윈 기웃거리지 않고

고요한 숲속 문지기가 되어야지

아침이면 곤히 잠든 나무들 흔들어 깨우고

낮엔 새들 불러내 함께 노래해야지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날갯짓하고

밤이면 꽃잎 속에서 잠들어야지

별을 세다가 말다가

아름다운 꿈나라로 달려가야지

시인은 냉혹하고 잔인한 세상-“번잡한 세상”-과 싸우면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자 하는 존재다. ‘새들’ 같은 존재자들과 벗하여 평화롭게 “함께 노래”하고,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날갯짓하”며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시인의 염원은 이 세상에서 실현되기 힘들다. 그래서 오봉옥 시인은 ‘다음 세상’에서라도 그러한 삶을 살겠다고 다짐한다. “시인은 죽어서 나비가 된다 하니” 그 다짐이 실현될 수 있으리라고 믿으면서.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