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종 경북대 교수
김규종 경북대 교수

얼마 전 중간시험 감독을 하다가 손에 얻어걸린 작은 책자를 읽다가 생각에 잠긴다. 몇 년 전 우리 학과에서 초빙한 신임 교수의 글에 눈과 마음이 간 것이다. 그는 20년 전의 자신과 요즘 학생들을 비교하면서 아주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학생들을 평가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2020년대 대학생들이야말로 단군 이래 최고의 이력과 지적 능력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대학에 들어오기 전에 수많은 지식과 정보에 노출되고, 체험을 통해서 예전 세대가 꿈도 꾸지 못한 것을 몸소 경험한 세대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어린 시절부터 똑똑한 전화기 스마트폰과 친하기에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는 얘기도 덧붙인다. 그들만큼 뛰어난 지식과 정보를 가진 세대는 일찍이 우리에게 없었단 것이다.

나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전화기에 백과사전이 내장돼 있기에 필요한 어휘나 골자만 써넣으면 언제 어디서든 정보가 얼굴을 내미는 세상 아닌가?! 따라서 그는 요즘 세대를 걱정 어린 눈길로 바라보지 말고, 외려 그들의 가능성과 미래를 믿는 편이 낫다고 결론 맺는다.

나는 그에게 동조하기도 하지만, 생각은 다르다. 2020년대 청년들이 휴대전화로 지식과 정보 검색 능력이 탁월하다는 사실엔 동의한다. 빠른 손놀림으로 그들은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휴대전화에서 얻는다. ‘전광석화(電光石火)’라는 말은 이런 때 쓰라고 만들어진 ‘사자성어(四字成語)’다. 문제는 이런 사자성어나 고사성어를 청춘들이 전혀 모른다는 사실에 있다.

중고등학교에서 어떤 교육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교수들 입에서 나온 지 한참 지났다. 세계사나 인문 지리를 공부하고 진학한 인문대나 사회대, 경상대 학생들이 거의 없다. 한국사는 물론 동아시아 역사와 문화 역시 깜깜이다. 시험을 위한 시험 ‘수학능력시험’에 맞춰서 찍는 훈련만 한 것인지 속이 답답할 지경이다. 모든 면에 너무나 캄캄절벽이다.

전화기에 들어있는 지식과 정보는 어떻게 쓰려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필요한 지식과 정보는 그때그때 주머니에서 머리에서 가슴에서 꺼내서 쓸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 그런데 잠시만요, 하고 검색할 시간을 달라고 말하는 건, 이상하지 않은가?! 가장 큰 문제는 독서량의 절대 부족과 기본적인 한자 혹은 한문 능력 부재에 있다.

손가락 몇 번 두드려서 얻어내는 지식과 정보는 이내 잊힌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나가고 상실한다. 고금동서 막론하고 진리다. 여기저기 책을 읽고 어렵게 찾아가며 묻고 기록하고 생각하면서 얻어야 진정한 지식과 정보로 남는 법이다. 더욱이 우리는 중국과 일본, 대만과 함께 유구한 ‘한자문화권’에 속한다. 최소한의 한자나 한문은 지식 습득에 필수적이다.

각고(刻苦)의 고생 끝에 대학에 온 것은 대견하고 환영할 일이지만, 수능을 대신할 근본적인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때다. 강제된 독서가 아니라, 자발적인 독서와 한문 공부도 절실하다. 봄이 깊어가는 시절에 새삼 젊은이들의 오늘과 내일을 생각한다. 곧 소쩍새 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