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의 충돌과 융합 -동아시아를 만든 세 가지 생각’
최광식 지음
21세기북스 펴냄·인문

극심한 문명의 갈등을 겪고 있는 오늘날의 세계, 그 핵심은 종교적 대립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 하나의 종교로 수렴한 서구와 달리 우리나라는 유교, 불교, 도교의 가치를 다채롭게 수용한 동아시아 문화의 전통을 경험했다. 세 가지 사유의 치열한 충돌과 융합을 통해 한·중·일을 묶는 ‘동아시아 세계’가 형성돼 동아시아의 다원주의적 문화를 함께 발전해온 것이다.

고대 중국에서부터 이어진 유교와 도교 전통 아래 외래종교 불교의 유입, 토착신앙의 발전 등 1~8세기 동아시아는 인간과 삶에 관한 다채로운 생각들이 얽히고설킨 사유의 용광로와 같았다. 우리의 기틀을 이루는 세 가지 사상은 국가 통치이념인 유교, 내세를 기원하는 불교, 개인 수양을 위한 도교로 나뉘어 충돌 끝에 조화를 이뤘다.

고대사 연구자로 문화재청장·문체부장관 등을 역임한 최광식 고려대 명예교수(사학과)는 최근 펴낸 신간 ‘사유의 충돌과 융합-동아시아를 만든 세 가지 생각’(21세기북스)에서 다섯 명의 인물의 고전 속에 드러난 동아시아 문화의 생생한 기원을 들여다본다. 동아시아 제왕학의 교과서였던 ‘정관정요’, 우리나라 삼국의 사상적 흐름이 담긴 최치원의 ‘계원필경’과 ‘사산비명’, 김부식의 ‘삼국사기’, 일연의 ‘삼국유사’, 일본 문화의 기원이 된 ‘일본서기’의 기록을 통해 우리 의식 깊숙이 자리한 화합과 상생의 정신을 새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각국의 고전에 기록된 사유의 충돌과 각 융합의 흔적을 드러내는 데에 주목했다. 중국 당나라의 오긍이 집필한 동아시아 제왕학의 교과서였던 ‘정관정요’를 통해 유교를 중심으로 한국과 일본으로 퍼져나간 동아시아 가치관의 기틀을, 신라 최치원의 ‘계원필경’과 ‘사산비명’, 고려 김부식과 일연의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통해 우리나라 삼국의 문화와 사상적 흐름을, 일본의 역사서 ‘일본서기’를 통해 사상의 수용을 통해 국가의 틀을 갖춘 일본을 돌아본다.

“본래 우리나라의 토착 신앙은 천신과 산신을 숭배하는 것이지만, 중국에서 들어온 유교와 도교, 그리고 인도에서 비롯하여 중국을 통하여 들어온 불교가 융합된 것이다. 결국 토착 신앙인 자연숭배 신앙에 유교적 가치인 충효 사상, 노자의 무위자연 사상, 불교의 이상인 집착과 구애를 받지 않는 자비와 선행까지 모두를 아울러 함께 실천한다는 의미이다.”-‘유·불·선을 융합한 풍류도 정신의 부활’74쪽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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