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잠

모든 것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려

어리둥절하고 뭉글하여

이제 더는 아무것도

될 수 없다고 되뇌일 때

음악은 나를 꿈꾸게 한다

춤추는 빗방울

빈 둥지에서 터져 나오는 지저귐

파란 웃음의 도미노

음악은 나를 미끈덩거리게 한다

북극해를 유영하는 범고래

매듭 없는 뱀장어를 타고

후생에까지 떠내려가게 한다

필자처럼 어느새 나이를 먹은 사람들은 “모든 것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려”라는 위의 시의 시행에 공감할 터, 이제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는 없다는 생각에 절망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시인은 음악이 있다고 말해준다. “춤추는 빗방울” 같은 음악을 듣고 있으면 우리는 ‘범고래’처럼 저 “북극해를 유영하는” 꿈을 꿀 수 있다는 것, 시에 따르면 음악은 지금의 생 너머에 있는 ‘후생’에까지 우리를 데려다준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