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톨트 브레히트

누이야, 나는 그날 석양에 너를 두고

떠났을 때처럼, 너를 사랑한 적이 없었다(중략)

누이야, 저무는 운명에 저항하여

나는 정말 얼마나 웃어댔는지 모른다(중략)

그러는 동안 내 뒤, 파란 숲

그 어스름 속에서는 그 얼굴들이 점점 희미해졌지.

누이야, 그날 석양 속에서는 모든 게 아름다웠다.

그것은 전에 없이 아름다웠고, 다시는 그런 날이 없으리.

내게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오직

어두운 하늘에 떠 갈망하는 큰 새들.

살다보면 누군가 사랑하게 되고, 그와 이별하게 된다. “저무는 운명”이 있는 것이다. 시인은 그 운명에 저항하기 위해 웃어댄다. 그 웃음은 울음을 감추기 위한 것이리라.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별의 순간은 사랑의 극한이며, 저무는 순간은 “전에 없이 아름”답다. 이별의 아름다운 순간을 기억하는 시인에게 남아 있는 나날들은 어떤 것인가. 갈망이다. “어두운 하늘”을 떠돌아다니는 “큰 새들”처럼 외로운 갈망.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