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안나

압정처럼 박힌

흰 꽃

누가 꼽았을까

물소리가 난다

뼈가 다 보인다, 끝에

독이 묻어 있다

올여름

다시 피었다

번쩍이는 발목을 들고

쇠칼로 베어내도

칼 속에서

번쩍거리는

흰 꽃

시인에게 ‘흰 꽃’은 슬픔을 응축하여 표현한다. 흰 꽃은 흰 뼈와 같은 슬픔의 핵심을 드러내 보여준다. 그 핵심에는 치명적인 독이 묻어 있다는 것도. 마음에 “압정처럼 박”히는 이 슬픔을 없앨 도리가 없다. 매년 여름 흰 꽃이 다시 피듯이 슬픔도 언제나 다시 도래하기 때문이다. 질긴 생명력이다. “쇠칼로 베어내도/칼 속에서” 슬픔은 번쩍거릴 정도니. 그 칼 속의 슬픔은 독이 되어 시인의 가슴을 찌를 것이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