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생에 유리하게 만들어져”
교육부, 뚜렷한 해결책 못 제시

통합수능 3년차에 들어서면서 특정 선택과목으로 이과생들이 쏠리는 ‘문과침공’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통합수능 체제가 이과생들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졌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으나,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3일 입시 전문 업체인 종로학원의 3월 모의고사 표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과생들은 언어와 매체를, 문과생은 이과 수학인 미적분·기하를 선택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고3 이과생 중 언어와 매체를 선택한 비중은 통합수능 도입 1년차 35.8%에서 2년차 44.4%, 지난해 50.0%로 꾸준히 증가해 올해 61.0%를 기록했다. 반면, 언매를 선택한 문과생 비중은 지난해 25.1%에서 올해 27.0%로 소폭 상승에 그쳤다.

문과생보다 이과생들이 언어와 매체를 더 선호하는 것은 언어와 매체가 화법과 작문에 비해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게 나오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통합수능 1년차에 언어와 매체 표준점수는 149점, 화법과 작문 147점이었으며, 그 다음해에도 언어와 매체는 134점, 화법과 작문은 130점이었다.

이과수학을 선택하는 문과생도 늘고있다. 확률과통계에 비해 미적분·기하에 뛰어난 학생이 몰려있어 표준점수 산출방식 상 동일 원점수를 맞고도 표준점수에서 앞서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종로학원 수험생 1천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과생 중 15.9%가 ‘이과수학을 선택하겠다’고 답했으며, 문과생의 이과수학 선택비율은 1년차 5.2%, 2년차 7.1%로 상승했다.

문과생들은 이과수학 선택과목으로 대부분 미적분을 선택했다. 미적분 시험 응시 비율은 2022학년도 79.5%, 2023학년도 81.7%로 높아졌다. 기하는 2022학년도 20.5%, 2023학년도 18.3%로 낮아졌다.

이같은 상황은 공통과목 원점수 평균이 높을수록 표준점수도 높게 산출되는 문·이과 통합형 수능의 표준점수 산출식으로 특정 과목에 우수한 학생들이 쏠리는 현상과 맞닿아 있다.

특히, 선택과목 집중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수학은 문·이과 유불리를 가르는 중요 포인트로 작용하면서 이과생의 문·이과 교차지원 증가 또한 심화되고 있는 추세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간담회와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기본계획’ 등을 통해 “국어, 수학에서 선택과목별 표준점수 차이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을 뿐 유불리를 해소하는 데 뾰족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대입 전문가들은 “진로성적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통합수능의 취지인데 학생들은 점수가 더 잘나오는 쪽으로 선택하고 있다”며 “과목 간 편차 해결을 위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김민지기자 mangchi@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