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옥

어여쁘다 오월은

상수리나무 그늘 혹은 찔레꽃 그늘로

가보라는 말이겠지

내가 유독 어여뻤을 때 찔레꽃 그늘에서

그땐 꽃 그 자체와 너무나 가까웠지

여윈 것이 다다른 뒤에야

너무 많은 것들을 찔레꽃 속에

숨기고 있었다는 걸 알았지

아차, 하는 순간 드러나는 삶의 애통들아

그래서 찔레꽃 입을 다물어 버렸나

누구나 “꽃 그 자체와 너무나 가까웠”던 시절을 갖는다. 지금 그 시절을 살고 있는 이도 있을 것이고, 그만 “여윈 것이 다다른 뒤”를 사는 이도 있을 것이다. 후자의 사람들은 누구나 “아차 하는 순간”을 맞이한다. 자신도 모르게 무엇인가를 “찔레꽃 속에/숨기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을. 그것은 사랑이겠다, 사랑이 우리를 아름다운 꽃이 되게 해주기에. 드러내지 못하다가 애통하게도 잃어버린 그 사랑.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