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여정’

오데드 갤로어지음
시공사 펴냄·인문

이제 겨우 먹고사는 걱정에서 해방되자마자 인류는 다가올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환경오염에 따른 기후변화, 인구 폭발(한국의 경우는 인구절벽), 날로 심화하는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적 불안, AI의 일자리 뺏기까지 대다수가 인류에게 부정적인 신호다.

그렇다면 정말로 인류의 미래는 암울한 것일까? 어떤 학문보다 데이터를 신봉하고, 증명과 검증에 철저한 경제학은 인류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할까?

오데드 갤로어는 미국 브라운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이자 ‘통합성장 이론’의 창시자다. 2021년 노벨 경제학상 후보로 거론됐으며, 자신의 ‘이론’을 정립한 석학이다. 통합성장 이론은 인류사 전체에 걸친 개발, 번영 그리고 불평등의 원인을 밝히고자 하는 시도에서 출발했다. 갤로어는 경제학자로서 일생을 바쳐 얻은 통찰을 세계 각지에 공유했으며, 그렇게 얻은 통찰과 발견을 모아 최근 ‘인류의 여정’(원제 The journey of Humanity)’(시공사)을 펴냈다. ‘인류의 여정’은 대중을 대상으로 한 갤로어의 첫 책으로 전 세계 30개국에 번역 출판됐다. 영국 진보 언론 ‘가디언’은 이 책을 “미래를 향한 낙관주의자의 안내서”라는 평을 남겼다.

‘부와 불평등의 기원 그리고 우리의 미래’라는 부제가 붙은 ‘인류의 여정’에는 경제학자인 오데드 갤로어가 바라보는 인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등 거대한 담론을 담았다.

“지식과 기술이 이토록 엄청나게 진보했는데도, 참으로 이상한 건 수명과 삶의 질, 그리고 물질적 안락함과 번영 정도로 가늠하면 인류의 생활 수준은 대체로 정체됐다는 사실이다. 이 수수께끼를 풀려면 우리는 이 정체의 근본 원인인 ‘빈곤의 덫’을 더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 -‘인류의 여정’ 1장 ‘첫걸음’ 중에서

“이 여정 끝에서 나온 전망에 대해 미리 말해 두자면 기본적으로 희망적이다. 지구의 모든 사회를 아우르는 궤도를 봐도 그러하며, 이런 관점은 기술 발전을 진보로 보는 문화적 전통과도 일치한다. ”(21페이지)

책의 1부 ‘인류의 여정’에서는 ‘경제적 활동’의 범위를 저 멀리 30만 년 전으로까지 확대해 인류를 고찰한다. 인류의 몸부림이 산업혁명으로 결실을 맺기까지의 ‘여정’을 인구, 소득 데이터를 바탕으로 설명한다. 2부 ‘부와 불평등의 기원’에서는 아프리카에서의 대탈출로 인한 인종과 문화의 분화, 먹고사는 문제와 제도의 다양화, 산업혁명 발생에 시간차가 발생한 이유와 그 차이가 끼친 영향 등을 지리와 문화의 요소를 더해 설명한다.

저자는 이제 세계 출산율이 꾸준히 하락하고 인적자본 형성과 기술혁신이 가속화되는 ‘티핑 포인트(급변점)’에 이르렀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이런 변화는 “인류가 환경과 기후에 미치는 불리한 영향을 누그러뜨릴 수 있게 하며, 인류의 장기적 지속 가능성에서 핵심 요소”라고 강조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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