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종 경북대 교수
김규종 경북대 교수

인터넷에 올라오는 기사의 끝에 독자에게 다섯 가지 선택지가 주어진다. 그것은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로 나뉜다. 이것은 하나의 기사를 두고 독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예를 들어보자. 2023년 대학입시에서 정시 지원자가 하나도 없는 학과가 26개에 이르렀는데, 이들 학과의 공통점은 지방대라는 것이다.

지방대 위기가 날로 심화하는 가운데 정부와 여당이 내놓은 해법은 단순·명료하다. 지방대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으로 교육부가 가지고 있던 대학재정 지원 권한을 2025년까지 모두 지방자치단체로 넘기겠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학령인구 감소와 장기 간의 대학 등록금 동결로 인한 대학재정 악화, 서울과 경기도 소재 대학과 지방대 격차 심화 같은 문제를 그대로 둔 채 지방정부에 책임을 전가하는 정책이다.

이 기사를 본 독자들의 반응을 보면, 추천해요 1, 좋아요 1, 감동이에요 2, 화나요 7, 슬퍼요 4였다. 좋아요와 추천해요를 누른 독자는 이 기사의 분석적이고 비판적인 논조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화나요와 슬퍼요를 누른 독자는 지방대 위기에 대한 정부·여당의 대응 방안에 부정적인 태도와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난해한 대목은 감동이에요를 누른 사람들의 내면세계일 것이다.

감동적이라는 말에는 ‘어떤 대상이나 정황에 마음이 크게 동요하는 것’을 뜻한다.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보거나 평균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자기희생이나 지고지순한 행위를 경험할 때 우리는 감동하게 된다. 그런데 지방대 위기의 현황과 해법에 관한 정부-여당의 대응에 관한 기사에서 감동적인 구석은 찾기 어렵다. 사정이 이럴진대 감동이에요를 선택한 사람들은 평균인의 사유와 인식을 초월하는 지경에 있다.

2차대전 이후 일본 영화의 중흥을 이끈 영화인 가운데 한 사람이 구로사와 아키라다. 그가 1950년 연출한 ‘라쇼몽’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소설 ‘라쇼몽’(1915)과 ‘덤불 속’(1922)을 결합한 것이다. 1951년 베네치아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라쇼몽’은 하나의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엇갈리는 세 가지 시선을 보여준다. 백주(白晝)에 벌어진 사무라이의 죽음을 바라보는 세 사람의 시각이 극명하게 나뉘어 관객을 전율케 한다.

누구나 자신만의 고유한 견해와 태도를 지키며 살아간다. 어린 시절부터 주변 환경이나 사회·정치적인 상황 등에 따라 개인의 사유 방식과 행동 방식이 결정된다. 이렇게 형성·고착된 의식을 확증편향이라 한다. 확증편향은 편견과 선입관으로 강화되며, 그 결과 나이 든 세대는 확증편향에 사로잡힌 경우가 많다. 이런 경향을 보이는 기성세대를 ‘꼰대’라고 비아냥거리는 풍조가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다.

민주주의에 필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공론장이다. 나와 당신, 우리와 너희의 엇갈리는 견해와 태도를 열린 공간에서 말하고 토론하는 것이다. 그리함으로써 우리는 단 하나의 관점, 획일적인 동조, 편파적인 정파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것은 한국 사회의 긍정적인 미래와 무관하지 않다. 감동이에요를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