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정책개발원, 5번째 책 발간
어머니·딸로 이어진 향유문화
네 명의 인생 통해 풀어내 주목

경북여성정책개발원(원장 하금숙)은 다섯 번째 경북 여성들의 삶 이야기를 다룬 책 ‘어와세상 사람들아, 이내말씀 들어보소’를 발간했다.

‘어와세상 사람들아, 이내말씀 들어보소’ 사라져가는 경북여성들이 향유했던 대표적 여성문화인 내방가사를 잇는 안동 내방가사전승보존회 회원 4명의 진솔한 삶과 함께 소멸해가는 내방가사의 전승·보존 과정, 우리 어매와 할매가 하던 것을 지켜나기기 위한 현재진행형 기록을 담고 있다.

어머니에서 딸로, 시어머니에서 며느리로 이어지는 경북여성향유문화 내방가사는 산업화시대를 거쳐 1990년대에 들어서며 소멸의 위기를 맞이했지만, 1997년 내방가사전승보존회(회장 이선자)가 창립되며 그 향유 전승의 주체로 역할을 해왔다. 이같은 노력들이 모아져 2022년 내방가사가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지역목록에 등재되며, 내방가사는 도약의 전기를 마련했다.

이 책은 네명의 삶을 통해 내방가사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김동순(86) 회원은 어린 시절 사돈지를 써주시던 외할머니가 있어 내방가사가 익숙하다. 스스로 낭송에는 재주가 없다지만, 빼어난 창작가사를 여러 편 지었고, 지금도 컴퓨터 자판으로 내방가사를 창작하는 멋진 할머니이다.

정진연(82) 회원은 어린 시절 삼촌의 오륜가를 듣고 따라 외우며 삶의 자세를 배웠고, 살아가는 고비마다 내방가사로 위로를 했다.

윤은숙(80) 회원은 여성의 자기서사라는 내방가사를 하지만, 60년을 수졸당 종부로 살다보니 내방가사에서도 자신을 드러내는 법이 없다. 글씨도 잘쓰고 창작도 잘하고 낭송도 잘하지만, 그저 옛날 마을 어른들과 시어머니가 하시던걸 이어갈 뿐이다.

김점자(77) 회원은 어려운 살림에 학교도 다니기 힘들던 어린 시절을 보내고, 시집을 와 글 잘하는 시어머니를 만났다. 시어머니 어깨 너머로 글을 익혔고, 어느날 너도 해보련 하는 시어머니 말씀에 내방가사를 시작했다.

하금숙 경북여성정책개발원장은 “내방가사가 유네스코 아·태기록유산으로 등재된 2022년 ‘어와세상사람들아, 이내말씀 들어보소’가 발간되어 더 의미가 있다”며 “내방가사의 전승과 보존의 이야기를 통해 전통문화는 단절이 아닌 시대변화에 조응하는 새로운 창조임을 느끼며, 경북 여성정책개발원은 여성공동체가 만들어내는 문화에 대한 관심을 지속하며 미래비전을 제시하는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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