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종 경북대 교수
김규종 경북대 교수

연초에 엇갈리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가 발표한 ‘2022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에서 한국은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주간지에 따르면, 한국은 1960년대 이후 꾸준히 성장해 세계 최대의 경제 대국 가운데 하나가 됐고, 세계 최대 규모의 저축량과 외국인 투자액을 기록한 국가다.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는 해마다 세계 85개국 1만7천명을 대상으로 정치, 경제, 군사력을 포함한 국가 영향력을 설문 조사해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앞선 순위에 있는 국가를 보면, 미국과 중국, 러시아, 도이칠란트, 영국이며, 프랑스가 7위, 일본이 8위를 기록했다. 미국은 압도적인 경제력과 군사력과 함께 음악과 영화, 텔레비전 같은 대중문화를 선도함으로써 최강 1위를 지키고 있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세계 공정성 지수’를 발표했다. 신문은 인권 존중과 법 준수, 무역의 자유, 환경에 대한 배려 등 10개 지표로 세계 84개국을 평가했다. 신문은 이것을 ‘정치와 법의 안정성 (30점)’, ‘인권과 환경 (30점)’, ‘경제 자유도 (40점)’ 등 3개 영역으로 계량화하여 순위를 매겼다고 한다. 한국은 정치와 경제 자유도 28점, 법의 안정성 25점으로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인권과 환경 16점으로 중하위권에 머물러 종합 68점으로 21위를 기록했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나라는 86점의 아일랜드였다. 일본은 77점으로 11위, 미국은 74점으로 17위였다. 34점의 중국과 33점의 러시아는 최하위권을 맴돌았다. 이번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신문이 내린 결론은 주목할 만하다. “지금까지 세계화가 효율성을 우선했다면, 이제는 효율성과 공정성의 균형을 찾아야 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벼락부자의 시대가 아니라, 인간적인 교양과 품위의 시대로 전환해야 한다는 얘기다.

두 가지 조사를 보면 우리가 나갈 방향 표지판이 보인다. ‘잘살아보세’라는 한 많은 표어를 들고 일로매진한 끝에 우리는 마침내 ‘넘사벽’으로 여겨지던 경제 강국 일본을 능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기성세대인 50대 이상의 한국인들에게 ‘은산철벽(銀山鐵壁)’으로 보였던 일본을 돌파한 한국인들의 저력이 새삼 가슴 뿌듯한 것이다.

그러나 뿌듯한 가슴을 진정하고 주변을 살피면 상황은 급변한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갈수록 강고해지고, 승자독식의 아수라판이 날마다 펼쳐지는 나라가 한국이다. 지방과 지방대의 소멸과 서울·경기도의 승승장구, 재벌과 대기업의 압승과 하청(下請) 중소기업의 몰락, 도시와 농어촌의 커져만 가는 격차, 노동자와 도시빈민의 아우성이 나날이 높아만 간다. 경제 격차는 필연적으로 정치와 문화·사회격차를 잉태하고, 그것은 대물림으로 이어진다.

‘니혼게이자이’의 평가지표인 인권과 환경에서 낙제점인 16점을 받았다는 사실이 그것을 웅변한다. 앞만 보고 달리는 폭주 기관차가 아니라, 좌고우면(左顧右眄)하면서 넉넉하고 여유롭게 ‘호시우행(虎視牛行)’하는 자세가 절실한 계묘년 2023년이 바야흐로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