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연.  /포스코 제공
열연.  /포스코 제공

2022년 철강업계는 국내외적으로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대형이슈들로 영향을 받은 해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비롯된 에너지 가격 급등, 생산업계의 정책적 변화, 서방의 통화긴축 기조, 경기침체 우려 등 변수로 인해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이와 더불어 9월 태풍 ‘힌남노’로 인한 포스코 포항제철소 침수, 10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파업, 6월과 11월 두 차례 벌어진 화물연대 파업 등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다. 본지에서는 2022년 철강 시장을 정리하고 2023년을 전망해본다. /편집자주

열연과 후판업계는 드라마틱한 한 해였다. 열연과 후판업계는 상반기 급등한 원부자재 및 수입재 가격 영향으로 상당한 실적 개선을 냈지만 하반기에는 줄어든 공급에도 가격이 하락하는 등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2022년 상반기까지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수익성이 크게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강관 판매는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적고 대미 수출 역시 쿼터로 물량 제한을 받고 있다.

글 싣는 순서

1. 열연·후판·강관 시장 전망
2. 냉연·도금·철스크랩 시장 전망
3. 철근·H형강·STS 시장 전망

 

2022년 실적, 상반기 ‘호조’·하반기 ‘저조’
원자재 가격급등 등 침수·파업으로 침체
국내 철강경기 수익 악화로 산업별 희비
올해 반도체·전기자동차 확대 생산
후판·강관 등 신규시장 개척 나서야

□ 상하반기 대조적인 성적표

2022년 제품수요는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눌 수 있다. 상반기엔 실적 호조를 보였다. 지난해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철광석과 점결탄 등 철강 원자재 가격 급등을 가져왔다. 이는 국내외 글로벌 철강업체들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이에 국내 판재류 제조 및 유통업체들의 경영실적은 크게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서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가격 급등과 수요 개선 기대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그간 경기 부양을 위해 시장에 풀린 자금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졌다. 미국을 중심으로 금리 인상이 잇따르면서 주요 철강 경기도 침체기를 맞았다. 철강재 가격 급락과 공급 우려, 수주경쟁 심화와 이에 따른 수익성 하락 현상이 재현됐다. 가격을 앞세워 중국과 일본산 열연 유입량이 확대되고 건설과 가전 등 주요 수요산업 경기의 침체는 판재류 제품의 가격 하락과 수주경쟁 심화를 가져왔다.

△냉온탕을 오간 열연

유통시장 내 열연 가격은 지난해 4월 급등하면서 상반기까지 국내 판재류 제조 및 유통업체들의 경영실적은 크게 개선됐다. 이후 열연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요는 좀처러 회복되지 못하는 못습을 보였다. 가격을 앞세워 중국와 일본산 열연 유입량이 확대되고 건설과 가전 등 주요 수요산업 경기의 침체는 관련 업체들의 하반기 수익성 저하로 연결됐다.

△ 후판 수요, 조선용만 꾸준

최근 이어진 국내 조선업체들의 수주량 확대는 국내 후판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과는 거리가 먼 결과를 만들었다. 국내산 후판의 수요는 오히려 올해 더 줄어든 탓이다. 조선업체들의 인력난으로 인해 건조 물량 확대가 어려운 상황인데다 범용재를 중심으로 가격이 낮은 일본과 중국산 후판 유입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국내 후판업체들은 올해 조선업체들에 대한 후판 공급량이 지난해에 비해 100만t(톤)수준 줄어들었으며 수입재 유입은 100만t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봤다. 비조선향 후판 수요 역시 국내외 건설 경기 회복 지연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에 비해 증가할 것이란 기대감이 낮아졌다. 지난해 9월 이후 국내 포스코 포항제철소 후판 공장의 침수 피해와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파업 영향으로 국내산 후판의 생산과 판매 역시 지난해에 비해 다소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 강관 시장, 내수 부진을 수출로 만회

강관 시장은 내수와 수출에서의 온도차가 갈렸다. 장기간 이어진 경기 침체에 구조관을 비롯한 배관재 업계의 판매 부진이 이어졌으나, 국내 부진을 해외에서 만회할 수 있었던 시기이기도 했다. 세아제강과 휴스틸의 경우 호실적을 거뒀다.

1분기는 국내 강관 제조사들이 고가의 열연 원소재 매입이 이뤄지던 시기였다. 원소재 가격의 인상분을 강관 제품 가격에 적기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또한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어려운 경영 환경이 지속됐다. 철광석과 점결탄 등 철강 원자재 가격이 높은 상태가 유지되자 강관 업체들의 가격 인상이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2분기는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봉쇄정책에 따라 철강 원자재 가격 강세 지속, 중국의 수출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원자재 확보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구조관 업체들의 경우 단가 경쟁이 심화돼 단가 하락세가 나타나기도 했다.

3분기 시장도 상황은 비슷하게 흘러갔다. 포항제철소 태풍 피해로 원소재 공급 불안이 최고에 달했던 시기다. 강관사들은 인상을 실시했고 그간 의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각 사들의 단가이상이 이어졌다.

4분기인 10월에는 1차~2차 유통업계의 매입이 꾸준했고, 구조관 업계의 경우 일부 업체들을 제외 하곤 단가 인상분을 최대한 지키기 위한 노력에 동참했다. 하지만 11월부터는 국내 경기 침체로 판매 악화가 본격화됐다.

□ 2023년, 건설·가전 회복 시기에 달렸다

판재류 수요는 2022년 대비 개선될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판재류 제품의 주요 수요산업 가운데 건설과 가전의 회복 시기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수요산업 가운데 사정이 나은 자동차 생산의 경우, 2023년에도 반도체 수급 이슈 등으로 발생한 이연 수요와 전기자동차 생산 확대 등의 영향으로 생산 증가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건설의 경우 미국의 금리 상승과 이에 따른 국내 기준금리 인상으로 건설업체들의 자금 확보 부담이 가중되면서 건설투자 감소가 우려된다. 가전 수요의 경우에도 경기 불확실성과 가전업체들의 재고 감소 영향으로 가전 생산이 2022년 수준을 유지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열연은 2022년 수준 예상

2023년 열연 수요는 2022년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열연 가격은 2023년 1월 선적분 열연코일 수출 가격 하락 영향으로 1분기까지는 약세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움직임 여부에 따라 하반기 회복 가능성이 제기되는 모습이다. 열연 시장은 중국과 일본 등 우리나라에 대한 주변 국가들의 수출 가격이 국내 열연 가격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이에 따른 금리상승 영향이 지속된다면 하반기까지 철강수요 개선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철강재 가격의 약세 기조가 이어질 수도 있어 보인다는 지적이다.

△조선용 후판 수요, 확대 기대

2023년 조선용 후판 수요는 꾸준히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조선업체들의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선을 중심으로 꾸준한 수주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다만 조선업체들이 가격을 앞세워 수입재 사용량을 확대하고 국내산 물량을 축소시킬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려워 보인다. 조선을 제외한 건설 등 후판 수요에 대해서는 풍력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본격 시작 여부 역시 수요를 좌우하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일반 건설향 후판의 경우 국내외 건설 경기 회복 지연 우려로 수요가 주춤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조선용을 포함한 2023년 후판 전체 수요는 2022년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 강관 산업, 신규 시장 개척해야

올해 강관 산업의 전망은 밝지 않다. 강관 업계 종사자들은 올 하반기부터 나타난 수요 침체가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3년 건설 경기 전망’ 에 따르면 2023년 국내 건설수주는 2022년 대비 7.5% 감소한 206조원을 기록한다. 건설수주 하락 배경에는 SOC 예산 감소와 기준 금리 상승, 불확실성 증대 등을 꼽았다.

강관업계의 2023년 국내외 판매량은 2022년 수준을 힘겹게 유지할 것으로 판단된다. 수주 부진 속에서도 대미수출 쿼터제한으로 해외 판매 확대가 제한적인 만큼 미국을 제외한 비미주 지역에서의 업계 간 수주 경쟁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은 열연·GI 등 코일 원소재 가격의 등락 여부가 관건이다.

수출에서의 판매 확대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국내 강관사들의 경우 대미 수출 연간 쿼터 물량이 100만t 수준이다. 쿼터 확대 없이는 미주 지역으로의 판매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북미를 제외한 비 미주 지역으로의 신규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각 업체들은 해외 시장에서의 활발한 영업 활동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이부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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