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분도, ‘정병국 초대전’
30일까지 평면 회화 11점 선봬

정병국作 ‘Black, Red’
갤러리 분도는 오는 30일까지 대구시 중구 동덕로 갤러리 분도에서 ‘서양화가 정병국 초대전’을 개최한다.

전시 주제는 ‘이미지, 글씨’이다.

정병국(74) 작가는 평면 회화 11점을 선보인다.

그의 작품은 거대한 스케일의 대담한 화면, 푸른 빛의 절제된 색조, 간결한 형태, 기념비적 육체 등 특징적인 요소들로 현대 미술에서 독특한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해 오고 있다.

그는 일상 속에서 자신이 경험했던 일들을 깊은 사유와 되새김을 통해 머릿속에서 언젠가, 어디에선가 마주쳐 지나온 누군가와 사물 또는 배경에 대한 기억을 각각 끄집어내 재조합해 그림을 그린다. 때문에 그의 그림은 상상력에 의존해 현실과 비현실 그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일 작품은 작가의 기억 속에 있는 이미지와 글씨가 만나 화면에 둘의 관계를 맺어줘 새로운 회화를 보여준다. 작가는 인간에게 선과 악이 함께 있듯이 동질성이 없는 물체와 개체를 함께 교차해 이미지는 이미지대로 글씨는 글씨대로 각자 고유의 형태들이 어우러져 독창적인 화면을 실험하고자 했다.

두 개의 화폭을 붙인 5m의 대작 ‘Black, Red’는 마치 영화 스크린 같은 거대한 화면의 왼편에 정면을 응시하는 여인이 흑백으로 담담하게 정지돼 있는 화폭과 반대로 오른편에 빨간색으로 쓰인 역동적인 서체의 아름다움이 대비적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여러 존재와 그들의 시간이 뒤섞여 익숙하지도 낯설지도 않는 경계에 머물고 있다.

‘立春大吉’ 작품은 푸르름이 짙은 배경과 검은 실루엣의 초록빛 풀들이 무성한 공간에 앉아있는 중성적 이미지의 인물과 옆에 놓은 과일 바구니를 쓱쓱 붓의 자유로운 필치로 그린 것에 대비해 오른편 위쪽에 하얀 바탕 위에 단단한 해서체로 쓰인 입춘대길(立春大吉) 글씨가 관계를 맺어 확고한 의지를 다지게 만든다.

정 작가는 대구 출신으로 서울대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독일 브라운 쉬바이크 미술대 초청교수와 영남대 교수를 역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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