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임

작은 몸이 힘에 겨워 쇠똥에

매달려 가는 것 같네

문득 멈추어 달빛을 골똘히 들여다보네

달빛 아래서만 제 길을 찾는

두 눈이 반짝이네

마치 달빛 문장을 읽는 것 같이 보이네

무슨 구절일까 밑줄 파랗게 그어가며

반복해서 읽고 또 읽어가네

갑옷 속의 붉은 심장이 팔딱팔딱 뛰네

어느 날 내게 보여준 네 마음에

밑줄 그으며 몇 번씩 읽어내려 가던

눈부신 순간이 생각났네

맑은 바람 한 줄기가 쇠똥구리

몸 식혀주네

태어나고 죽어야 할 집

한 채 밀고 가네(부분)

달빛이 새겨놓은 무늬에서 문장을 발견하고 이를 “반복해서 읽고 또 읽어가”는 쇠똥구리 한 마리에서 시인은 참다운 삶의 자세를 본다. 쇠똥구리가 ‘달빛 문장’을 읽는 이유는 “태어나고 죽어야 할 집 한 채”인 “무거운 쇠똥”을 밀고 갈 길을 찾기 위해서이다. 어둠에 갇힌 세계에서 빛을 찾아내고 이로부터 갈 길을 발견하면서 쇠똥구리는 자신이 살 집을 유지시킨다. 이 모습이 시인에게 삶의 이정표를 제시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