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조

고장난 기계를 분해하다

뒹구는 쇠구슬을 본다

아주 작은, 사랑의 최초 형식인

알(卵) 같은 눈동자를 본다

돌아갈 때나 멈추었을 때나

혹은 해체되어 이렇게 나뒹굴 때도

눈감지 못하는 눈동자를 가진

기름에 흠뻑 젖은 기름공주

지금 누군가 불안하다면

그대 망가져서 반짝이는

눈빛은 무엇인가

실패한 사랑도 삶이 아니냐

사랑이 쉽진 않더라(부분)

기계와 맞물려 부속품으로 기능하던 노동자의 삶을, 시인은 기계를 새로이 인식하고 노동자와 기계가 사랑의 관계를 맺게 함으로써 주체적인 것으로 전화시킨다. 새로이 명명된 이 기계는 시인에게 무감각하게 소외된 물체가 아니다. 시인은 노동자의 삶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기계를, ‘고장난 기계’의 작은 쇠구슬에서 눈동자를 보는 상상력을 통해 같이 살아가는 대상으로, 나아가 사랑하는 무엇으로 인식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