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유원

입을 틀어막고 우는 울음도 있지만

그냥 그래도

고여 있는 울음이 있다

놀러온 인간들이 다 꺼내 마시고

웃고 떠들다 만취할 때까지

쏟아지지 않고

그저 자리만 옮기는 울음

내 안에서 네 안으로

그것은 옮겨간다

역의 대합실에서

잠든 밤 기차로 옮겨가는 여행자처럼

끝내 고요한 울음이 있다

늘 수평하고

초지일관이므로

누구도 그에 대해 뭐라 하지 못하고

지나갈 땐 그 앞에서 예를 갖춘다

울음을 전면에 내세우는 이 시는, 흔한 감상에 빠지지 않고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슬픔의 어떤 면을 드러내면서 독자에게 묘한 감동을 준다. 시인이 주목하는 ‘울음’은 “쏟아지지 않고” “고여 있”다. 그것은 감정을 표현하는 울음이 아니다. 도리어 울음 자체가 ‘여행자처럼’ “내 안에서 네 안으로” 자리를 옮겨 다닌다. 그 ‘초지일관’한 울음과 만나면 우리는 예를 갖추게 된다. 울음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