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동

북녘이든 남녘이든

그래 맞다

일만 하다 떠나가는 곳이니라

얼마나 많이 기다렸는지

너를 보게 될까 하여

오래도록 기다렸다

세상은 일만 하다 떠나가는 곳

얘야 날아다니는 혼이 되어

이곳에서나 다시 보자

다시 만나자

야, 38선 없애버리고 오너라. (부분)

‘38선’을 없애는 주체는 역사와 체제에 희생당한, 일만하며 살다가 죽는 이들이어야 한다고 시인은 북에 계셨던 어머니의 입을 빌어 말한다. 분단은 가족과 이별해야 했던 민초들에게 가장 아픈 것이었으며, 분단 이후 남북은 그들에게 일만 시키는 세상이었다. 시인은 이젠 저승에 계신 어머니와 혼이 되어서라도 만나고 싶은 열망을 표현하면서, 통일이라는 역사적 과업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확실히 해두고 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