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원

아이는 한 손으로 젖을 움켜쥐고

넓은 들에서 하늘로 무너지는

강을 보고 있다

강에는 강물이 흐르고

물 속에서 날개가 젖지 않은

새 한 마리가

강을 건너가고 있다(부분)

위의 시에는 강을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과 그 아이를 바라보는 시적 화자의 시선이 교차된다. 아이의 시선에 의해 비추어진 대상은 뒤의 연에서 묘사되고 있으며, 시적 화자의 눈에 포착된 강을 바라보는 아이는 앞 연에서 묘사되고 있다. 이런 묘사의 교차 속에 놓여 있는 “하늘로 무너지는/강”이나 “물 속에서 날개가 젖지 않은”이란 모순적 표현은 착란의 느낌을 준다. 시인은 하나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지만, 그림으로 표현될 수 없는 독특한 언어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