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권 (사)경북장애인권익협회장

잘있거라 나는 간다/이별의 말도 없이 <강승모 ‘무정부르스’>

마음약해서 잡지 못했네/돌아서는 그사람/짜라짜짜짜짜 <들고양이 ‘마음약해서’>

잠깐만/잠깐만/그발길을 다시 멈춰요 <주현미 ‘잠깐만’>

미안미안해 미안미안해/너를 두고 여길 떠나가니 미안해 <태진아 ‘미안미안해’>

30대 이상이라면 누구라도 한번 쯤은 들어봤을 법한 귀에 익은 추억의 노래가사이다. 이 노래들은 모두 포항이 낳은 천재 작곡가인 김영광(81)씨가 손수 작곡한 대표곡들이다.

하지만, 이를 포항사람이 지었다고 알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포항시민들도 노래는 아는데 김영광씨가 누구지(?)라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더 많으니 말이다.

실제 김영광씨의 이력은 정말 화려하다. 나훈아, 남진, 이미자, 윤수일, 조용필, 주현미, 태진아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가수들과 함께 2천600여곡의 노래를 제작해왔고 1990년 MBC 10대가수 가요제 최고인기가요 작품상, 2003년 제10회 대한민국 연예예술대상(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그야말로 한시대를 풍미한 대한민국 최고의 작곡가로 대중음악계에 큰 획은 그은 인물이다.

최근에는 고향 포항을 위한 ‘선창가에서’와 남진의 최신곡을 작곡하는 등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아직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런 그가 지난해부터 고향 포항을 위해 ‘김영광가요제’를 열고 있고 올해로 2번째 대회가 오는 10월 1일 펼쳐지게 된다.

그는 일본과 부산에서 가요제 요청이 있었지만 고향인 포항에서 본인의 이름을 딴 가요제를 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고, 결국 영광문화예술진흥회(회장 김상욱, 히아 영광진흥회)와 손잡고 2년째 ‘김영광가요제’를 이어가고 있다.

가요제는 그의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지자체 등의 예산지원 한푼 없이 추진위원들과 자문위원, 운영위원, 자원봉사자들의 자비와 일반인, 학생들의 자발적 후원으로 치러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에서 옛 구성원들의 정치적 색깔을 논하며 뒷담화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다. 참 안타까운 부분이다.

이런 우려 때문에 영광진흥회측도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고 있는 구성원은 올 초 모두 배제했으며 순수 가요제를 위한 사람들로만 새로 추진위원회 모임을 결성했다.

일반인들이 십시일반 모아 어렵게 가요제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오해는 참으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김영광씨는 우리나라는 대표하는 작곡가이고 그의 고향이 포항에서 그런 그를 기리는 가요제를 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포항의 경우 ‘철강도시’ 이미지가 너무나 강한 나머지 제대로 된 문화콘텐츠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김영광가요제’는 문화콘텐츠에 목말라 있는 포항시민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다.

목포시의 선례에서 알 수 있듯이 ‘목포의 눈물’로 유명한 가수 이난영씨를 추모하는 ‘난영가요제’는 1968년 이후 목포에서 꾸준히 열리고 있고 이는 목포시의 대표적 문화콘텐츠로 자리잡고 있다.

이렇듯 문화콘텐츠는 한 도시에서 상당히 중요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제 포항도 ‘김영광가요제’를 통해 문화도시 포항, 콘텐츠가 살아숨쉬는 도시로 만들어 보자. 순수한 가요제에 엉뚱한 뒷담화는 없애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