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안 시행 후 건축물 대상 적용
기존 아파트엔 과태료 처분 불가
지역 아파트 주차공간 부족 탓에
소방구역 침범↑… 지정 유명무실
긴급 상황 땐 큰 피해… 대책 절실

화재 발생 시 소방차의 원활한 접근을 위해 공동주택에 마련된 ‘소방자동차 전용 구역’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주차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일반차량이 소방차 전용 구역을 이용하는 일이 잦지만, 단속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28일 경상북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8월 10일 이후 개정된 소방기본법에 의해 100세대 이상 아파트, 3층 이상의 기숙사 등 공동주택에는 수월한 소방 활동의 수행을 위해 소방차 전용 구역을 1곳 이상 설치해야 한다.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의 설치 기본 규격은 가로 6m, 세로 12m다.

이 공간에 주정차, 물건 적치 및 노면 표지 훼손 등 소방차의 진입을 방해할 경우 1회 50만원,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긴급하게 출동한 소방차의 통행을 막거나 소방 활동에 방해되는 주정차 차량은 ‘제거’ 또는 ‘이동’이 가능하다.

이날 오전 10시쯤 찾은 포항시 북구 창포동의 한 공동주택. 1천640세대가 사는 이 아파트 곳곳에 노란 도료로 표시된 구역에 주차된 차량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 차량은 전날 밤 마땅한 주차공간을 찾지 못해 단지 내 인도에 걸쳐 주차하거나 이중주차를 하면서 소방 전용 주차 공간까지 침범한 것이다.

주민 황모(45)씨는 “소방 구역에 주차하는 심정은 이해한다. 퇴근시간이 지나고 돌아오면 주차자리가 없어 한참을 헤매야 하기 때문이다”며 “하지만 차들이 뒤얽힌 상황에서 긴급하게 출동한 소방차가 현장으로 제때 진입하지 못해 화가 우리 가족에게 돌아온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화재나 긴급 구조·구급 상황 발생 시 소방차의 신속한 진입이 어려워지면 대형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공동주택의 경우 많은 세대가 모여 있어 대피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긴 만큼 다수의 사상자 발생률이 높지만, 이에 대한 소방 단속 건수는 0건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소방기본법이 개정된 2018년 이후 지어진 건축물에만 과태료 부과 등 위법사항이 적용돼 사실상 효력이 거의 없다.

현재 개정법 이후 건축이 승인된 포항 지역의 공동주택은 북구 11곳이 전부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개정법이 시행되기 전에 지어진 아파트에는 과태료 처분이 불가능할뿐더러 강제이행권도 없어 단속이 힘든 상황이다”며 “소방시설 점검과 꾸준한 순찰, 계도 등으로 안내와 홍보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의 안전 인식 개선과 함께 경각심을 심어줄 방법을 강구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방차 전용 구역은 화재진압과 인명구조를 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를 조사해 지정된다. 그 구역에 일반차량이 주차돼 있다면 소방차량이 들어오지 못해 시간이 지체되고 화재 골든타임이 지나 큰 사고로 번질 수 있다”며 “현재 소방차 전용 구역으로 표시되는 노란 도료 외에 과태료 및 일반 차량 주차 시 발생할 수 있는 치명적인 문제 등을 안내하는 경고문을 추가한다면 시민들도 위험성을 깨닫고 소방차 전용 구역을 침범하는 일은 줄어들 것”이라 말했다.

이어 공교수는 “단속도 좋지만 안일한 인식을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민지기자 mangchi@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