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서양화가 양군익
‘섬’ 상징물로 우리가 잊고 사는 중요한 것들 화폭에 담아
상상하는 것은 감상자의 자유… 성장 위한 비평 환영해
‘정제된 숲’ 시리즈 발전 시켜 자연과 인간 대해 말하고파

양군익 서양화가가 지난 24일 포항시 남구 연일읍에 있는 그의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생명 유지를 위해 음식을 먹듯이 20여 년 그림을 그리며 나 자신을 지탱하고 마음의 눈을 높여왔습니다. 제가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코로나로 힘든 시민들에게 주는 위로와 격려입니다. 작품 앞에 머물면서 행복함을 조금이라도 얻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양군익 서양화가는 자신의 그림에 대해 용기·희망·사랑·믿음·설렘·기다림·정·신뢰·베풂·정열·운명 등 표현의 상징들이 있다고 자평한다. 코로나로 인해 우울하고 무기력한 일상을 살아가는 현실의 안타까움을 특유의 감성과 기법으로 표현한 서양화를 그린다. 그는 진정 우리가 잊고 사는 중요한 것들을 섬이라는 카테고리에 넣어 독특한 감성으로 표현해 화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4일 양 작가를 만나 작품과 삶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양 작가만의 작업 방식과 특징은 무엇인가.

△캔버스라는 공간 속에 상상·꿈사랑·추억·희망·유머 등을 담아내고 싶다. 인간과 주변 사물과의 유기적 관계를 해학적으로 나타내려고 한다. 진부한 내용과 형식을 벗어나 고민하고 사유한 흔적을 표현하고자 한다.

-‘섬’, ‘파스텔 톤’, ‘나이프’ 등 3가지의 소재와 재료를 활용하는 이유는?

△3회의 개인전을 통해 특별한 주제 없이 작품을 선보여왔다. 지난 7월 포항 갤러리웰에서 연 4회 개인전에는 ‘섬-그곳에 가면’이란 주제에다가 하트, 들꽃을 가미했다. 섬은 그리움·위안·추억·호기심·휴식을 상징한다. 고향 제주도 한림에 거주할 당시 비양도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다. 누가 살고 있을까, 무엇이 있을까, 섬 뒤편에는 무엇이 있을까 등…. 우리는 모두 섬일지도 모른다. 벗어나려고 하지만 자기라는 섬에 다시 갇힌다. 더 나아가 우주라는 바다에 지구 섬이 존재하며 결국 우린 섬 속에 존재한다.

-추억을 소환하고 현재화시키며 새롭게 형상화하는 것은 계속 고민하고 풀어야 할 과제이며 세상을 위무하는 상징 기호이기도 하다고 했는데.

△사소한 것일지라도 추억과 그리움을 소환하여 진부하지 않고 시대 감각에 맞게 표현하려고 하지만, 한계가 있을 때가 있다. 그래도 시도와 실험은 계속할 것이다. 꽃이라는 소재도 하트라는 틀 속에 넣고 나무 한 그루도 바다나 공중에 배치하여 화면이 지루하지 않게 하고자 한다.

―그림에서 섬을 사용한 특정 감정들을 일부 추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주제는 섬이지만 표현 형식은 구상 속에 초현실주의 기법을 일부 가미했다. 섬과 비행기 사이에 추상 형상을 넣어 감상자들이 궁금증과 함께 다양한 상상을 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비행기와 섬 사이에 떠 있는 추 모양의 그림을 보고 보석·추·긴장·알 수 없는 그 무엇인가를 상상하는 것은 감상자의 자유다.

 

-여백을 통해 온화와 행복을 추구하며, 특히 따뜻함을 강조하고 있다.

△피카소는 어린이 같은 마음으로 그리기까지 평생이 걸렸다고 고백했다. 생략과 재구성, 함축된 표현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 10여 년 전까지 먹으로 한국화를 그리는 동안 여백이 주는 공간감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힘든 이들이 잠시라도 위안과 희망을 얻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양 작가에 대한 일반의 평가는 어떠한가.

△작년까지 직장생활을 하며 퇴근 후 작품 활동을 하고 전시회를 여는 모습을 보고 열정이 대단하다면서 작품에서 따뜻한 위안을 얻었다고들 했다. 섬 시리즈 작품에서 탁 트인 공간 구성과 블루 계열의 색상을 보고 답답한 가슴이 뚫리는 시원함을 느꼈고 들꽃, 정제된 숲 시리즈는 색감이 따뜻하여 위안을 받고 간다고 했다.

-화가로서 어떤 평가를 받기를 원하나.

△실험 정신, 시대의 상황, 사유하는 작품을 표현하려고 노력한 작가로 평가받고 싶다. 성장을 위해 혹독한 비평도 듣고 싶다. 감상자의 20~30% 정도만 만족시키고 공감할 수 있다면 만족하겠다. 내 작품이 모두에게 공감을 줄 수 없음을 인정한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작품 계획은.

△최소 1~2년에 1회 이상의 개인전을 열 계획이다. 바로 다음 주제는 이번 전시에서 일부 선보였던 ‘정제된 숲’ 시리즈를 더 새롭게 구상하여 ‘정제되고 사유된 숲’을 주제로 표현할 계획이다. 욕심 많은 인간에 의해 좁아지는 숲이 안타깝다. 코로나 출현도 결국 자연 공간을 우리가 무리하게 침범하여 역습을 당하고 있는 것 아닌가. 우리 선조들은 자연을 개척이나 파괴가 아닌 경의로운 대상으로 봤다. 생물체가 다시 원래의 공간으로 돌아가고 질서와 균형이 회복된다는 주제가 될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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