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만하

때까치는 무리짓지 않는다

혼자서 행동한다

꽃이 있는 공간을 날지 않는다

한 마리 새가

잎 진 느티나무 아득한 우듬지

외로운 높이에 이를 때까지

투명한 가을 하늘 전부를

가랑잎 뒹구는 스산한 계곡 캄캄한 깊이를

노을에 물든 날개를 흔들며

단독자처럼 혼자서 건너지 않으면 안된다 (부분)

“높이의 의지”는 혼자서, “가을 하늘 전부를”, 그리고 “계곡 캄캄한 깊이”를 건넘으로써 이룰 수 있다는 시인의 포부가 거대하다. 시인은 대상을 내면화하면서, 상상력이 가진 변용의 힘을 통해 대상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한다. 그것은 바로 “캄캄한 깊이”에 들어가 보지 않으면 이루어내지 못하는 일이다. 그는 ‘혼자서’ 언어와 삶의 심연을 건너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 깊이가 시인의 “외로운 높이”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