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무

게임 중독에 빠진 게이머처럼 사내는 오로지

물수제비 떼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사는 동안 그에게도 수평에 배 대었다 떼며 비상하는 돌의

그 아슬아슬한 찰나처럼 짜릿한 긴장에 전율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물수제비 뗀 돌들 이내 물 속으로 가라앉듯

삶은 지나는 순간 지워지고 만다 흔적이란 그런 것이다

노을이 떠메고 간 자리 졸졸졸 어둠이 고여

물수제비 보이지 않고 풍덩, 돌 빠지는 소리 산을 울린다. (부분)

위의 시의 사내는 왜 중독된 듯 물수제비를 뜨는 일에 몰두하고 있는 것일까? 물에 빠질 듯 수면 위를 타고 날아갈 때 돌이 느꼈을 긴장에 따른 전율을 대리 경험하고 싶기 때문일 테다. 위의 시의 사내가 시인이라면, 그가 느낀 짜릿한 긴장은 시 쓰기의 순간이 주는 긴장과 같다고 유추 해석할 수도 있겠다. 시 쓰기야말로 삶이라는 평면에 배를 대었다 떼면서 아슬아슬하게 비상하는 순간을 마련하지 않겠는가.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