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두석

하늘 향해 뻗은 가느다란 가지마다

빈틈없이 잎을 달고 있는 모습 보시게

가느다란 가지만이 잎을 다는 생의 경이를 보시게

우람한 역사의 줄기를 살찌우고

우수수 낙엽이 되어 종적 없이 사라질

초록 이파리같이 빛나는 이야기들 보시게

느티나무가 자라 옹이투성이 거목이 될 때까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자라다 부러진

까치집 삭정이 같은 이야기들 보시게.

(부분)

“우람한 역사의 줄기를 살찌우”는 것은 결국 “종적 없이 사라질” 초록 이파리 같은 이야기들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역사는 그러한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자라다 부러진”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역사 역시 이야기 아니던가. 저 부러질 듯 “가느다란 가지”에 빈틈없이 달린 이파리들이 모여 “옹이투성이 거목”이 되듯이, 평범한 이들의 희망과 지혜가 담긴 이야기들이 모여 ‘우람한 역사’를 형성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