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한국의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데는 여야간 정치보복이 반복되기 때문이란 주장이 있다. 정치보복이란 말이 처음 나온 것은 우리 정치사에서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해방이후 대통령제를 선택한 이후 정권을 잡은 대통령들이 나름대로 정치적 업적을 쌓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집권 후 자신의 업적을 쌓는 데 몰두했다.

예를 들면 좌우 대립의 혼돈 속에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한·미 동맹을 이끌어낸 이승만,‘한강의 기적’으로 경제를 일으킨 박정희, 탈냉전의 북방정책으로 한국 외교의 르네상스와 남북 화해의 시대를 연 노태우, 독재정권과 목숨 걸고 싸워 민주화를 쟁취하고 금융실명제와 하나회 척결을 단행한 김영삼, 외환위기로 어려움에 처한 나라를 살리고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을 한 김대중이 있었다.

물론 5·18 광주사태와 군부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정권을 쿠데타 동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물려줬다가 감옥살이를 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예외다. 이들은 각자의 시대가 던져준 어려운 숙제들을 피하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해 과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된다. 정치보복 얘기가 나온 것은 바로 그 이후의 대통령부터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수사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과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속됐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집권기간 동안 적폐청산으로 포장된 ‘분열의 정치’를 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보수·진보의 갈등도 모자라 친이·친박, 친노·반노, 친문·반문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인물 중심의 프레임이 난무했다. 결국 ‘국민통합’은 점점 더 이루기 힘든 과제가 됐다. 국가원수가 정치적 반대세력을 정죄하는 데 온힘을 쏟으며 포용의 자세를 버린 결과다.

윤 대통령의 위기 요인은 분명하다. 부인의 허위 경력 의혹과 장모의 비리 혐의 등에 대한 뭉개기다.‘공정과 상식’을 모토로 집권한 그가 자신 주변의 허물을 모른체 하다보니 집권 후 고정 지지층까지 흔들리며 지지율이 떨어진 것이다.

끝내는 야당이 ‘김건희특검법’으로 공세에 나섰다. 이에 맞서는 방법은 정공법이 최선이다. 부인의 과실이 있다면 사과하면 그뿐이고, 장모의 비리가 있다면 그에 상응한 처벌을 받으면 된다. 그런 연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 역시 똑같이 공정하게 처리하면 된다. 사실 이 대표에 대한 사법리스크는 야당 측도 짐작하는 바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들이 공포영화의 주인공처럼 잇따라 목숨을 끊고 있는 것이 국민적 의혹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피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런데도 야당은 이 대표에 대한 수사 자체를 ‘정치보복’프레임을 걸며 진흙탕 싸움으로 만들려한다.

보수와 진보정권이 번갈아 집권하며 권력의 부패를 견제하는 민주주의 작동원리는 존중돼야 한다. 이것이 정치보복이란 독소로 부패되지 않아야 한다. 이제는 여야 정치권이 내면의 양심과 역사의 엄중한 요구에 귀를 열고, 응답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