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규

하염없이 우는 영혼이 우리에게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자궁 속에서 죽은 태아같이 웅크리고만 있습니다

숨결이 간결해지려면 맑은 어둠을

더 많이 들이켜야 합니다

울음을 조심해야 하는 밤

울음의 구근을 쥐들에게 던져주는 밤

은밀하게 흡혈하기 위하여

우리는 서로의 흰 목덜미를

드러내놓습니다

누구의 피가 가장 달까요? (부분)

시인에 따르면 “죽은 태아같이 웅크린” ‘우리’에겐 우는 영혼이 없다. 그러므로 “울음을 조심해야” 한다. 우는 영혼이 없는 우리들에겐 운다는 일은 감당하기 힘든 일일 테니까. 대신 우리는 흡혈하듯 “맑은 어둠을 더 많이 들이켜야” 한다. 간결한 숨결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피로 상징되는 상대방의 ‘삶-죽음’을 빨아 마셔야 한다는 것. 그렇다면 “우리는 누구인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뱀파이어’라는 것일까.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