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서

불행한 과거에 찍힌

슬픈 낙인,

붓이 어루만지자 백한 가지 고뇌가 흘러나온다

캔버스에 다 담을 수 없는

음지와 음지

대칭점에서 만나면 찬란한 빛을

만들어내는지

압생트 없이도 황시黃視를 자주 본다

예전엔 색이란 색 다 섞어보고

꽃에도 구름에도 붓을 찍어 보았으나

찾을 수 없었던 색,

색의 한계를 넘어선 빛이 붓끝에

일렁거린다 (부분)

고흐는 지금 매춘부였던 클라시나(고흐가 시엔이라고 부른 여인)를 그리고 있는 듯하다. 그는 클라시나의 몸에 찍혀 있는 고뇌들에서 태양광과 같은 황금빛이 번져나오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하여 고흐의 붓끝에는 “색의 한계를 넘어선 빛”이 일렁거리기 시작하고, 고흐는 비로소 자신만의 색채를 확보하게 된다. 즉 클라시나의 고뇌가 고흐를 위대한 화가로 만든 것, 그녀는 고흐에게 신성한 존재였던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