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은

버려야 할 물건이 많다.

집 앞은 이미 버려진 물건들로 가득하다.

죽은 사람의 물건을 버리고 나면 보낼 수 있다.

죽지 않았으면 죽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나를 내다버리고 오는 사람의 마음도 이해할 것만 같다.

한밤중 누군가 버리고 갔다.

한밤중 누군가 다시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다.

창밖 가로등 아래

밤새 부스럭거리는 소리

“죽은 사람의 물건을 버리고” 있는 시인. 그도 역시 누군가에게 버림받았던 자이다. 하여, 시인도 저 쓰레기 더미에 버려진 이여서, 누군가에게는 죽은 사람과 같다. 하지만 시인은 ‘누군가’보다 일을 하나 더 하는데,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일이 그것이다. 즉 그는 시인 내면에 자신이 버려서 쌓여 있는 것들로부터 무엇인가를 들추어내는 일을 하는 사람인 것이다. 그래서 그에게 시 쓰는 날은 모두 ‘기일’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