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1주 전 포항지역을 강타한 태풍 ‘힌남노’의 상흔은 깊고도 참혹했다. 하천과 강물은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는 듯 금세 평정을 되찾아 유유하게 흐르고 있지만, 역대급 태풍이 할퀴고 간 상처는 상상을 초월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피해와 손실을 가져왔다. 가증스러운 불청객 가을태풍이 영남의 남동부지역을 휩쓸어 예기치 못한 인명피해와 수많은 풍수해를 입어 그 어느 때보다도 시름겹고 망연자실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가을의 길목에 들이닥치는 태풍은 가공할 위력으로 삶의 터전을 위협하며 여지없이 사람들을 곤경과 실의에 빠져들게 하고 있으니, 참으로 비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추석날 오후, 자전거를 타고 둘러본 태풍피해의 현장은 쑥대밭이 따로 없을 정도로 비참하기만 했다. 과연 어디까지가 하천이고 도로이며 주거시설과 공장지역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수마(水魔)는 인정사정없이 엄습하고 파고들어 삼키고 휘젓어 댔으니, 도저히 믿기지 않은 현실 같았다. 뿌리채 뽑히거나 줄기가 꺾어진 나무들이 즐비하고, 가로등이 엿가락처럼 휘어지거나 육중한 콘크리트 하천 둘레길이 끊어졌는가 하면, 흙탕물을 뒤집어쓴 차량이 인도 차도 구분없이 뒤엉키고 부딪쳐 있으니, 정말 몸서리 쳐지고도 남을 기현상이었다.

더욱이 냉천 하류의 범람으로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대들보라 할 수 있는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압연지역 대규모 침수사태는, 포스코 49년 조업 사상 초유의 전 공장 조업중단과 물류 마비를 초래해 실로 천문학적인 피해와 최악의 위기에 처해 있다. 필자의 라이딩 코스로도 자주 오가는 포항제철소 앞 6차선 도로가 성인 키 높이 이상 뻘물로 잠겼으니, 다품종의 철강제품을 마무리 생산하는 냉천 인근의 제철소 내 공장 곳곳은 얼마나 아수라장이었을까? 지하실 설비로 진흙탕물이 유입되고 공교롭게도 전기실 화재까지 발생돼 그야말로 물불을 가리지 않는 재해와 재난 앞에 아연실색할 따름이었다.

지하주차장 침수로 7명의 인명피해 참사가 발생된 곳을 숙연한 마음으로 찾았다. 작년 6월 그 아파트 경로당에서 어르신들께 장수사진 촬영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는 필자로서는 더욱 애절한 마음 금할 길 없었다. 군데군데 진흙탕과 쓰레기 더미, 침수라인이 역력한 차량 수십대가 발 묶인 아파트 단지는 참담하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지울 수 없었다.

순식간에 너무나 많은 피해와 슬픔을 당해 안타깝기만 하다. 작년 8월 하순경의 죽장수해의 상흔이 채 아물기도 전에 또 다시 걷잡을 수 없는 자연재난을 겪게 된 포항시민으로서는 침울함과 함께 분통을 터트리기도 할 것이다. 태풍이나 집중호우로 냉천의 범람위험이 수차례 지적·제보되고 구룡포 등 연안 재해방지 사업 등이 시급한데도 예산타령과 주민 편익사업에 우선순위가 밀리니 말이다. 포항지역이 ‘연안 위험지도’ 최고등급인 5단계임을 감안하면 주저하거나 미뤄서는 안 될 일이다.

자연재난의 경고는 이처럼 엄중하고 혹독한데, 철저한 대비나 선제적인 조치를 소홀히 하게 되면 또다시 악순환만 되풀이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