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령

간밤 온 비로

얼음이 물소리를 오래 앓고

빛 드는 쪽으로

엎드려

잠들어 있을 때

이른 아침

맑아진 이마를 짚어보고

떠나는 한 사람

종소리처럼

빛이 번져가고

본 적 없는 이를 사랑하듯이

깨어나

물은 흐르기 시작한다 (부분)

얼음 속에 잠재해 있던 물소리가 나면서 ‘물의 언어’는 해방되고 시적인 것이 충만한 생명의 세계가 재생될 것이다. 사랑이 숲에 새로이 퍼져나가면서 생명을 가져올 봄이 도래한다. 그 사랑은 “본 적 없는 이를 사랑”하는 것과 같은 사건이다. 세계가 잠들어 있는 “이른 아침/맑아진 이마를 짚어보고/떠나는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이, 그의 귀환을 향한 사랑의 기다림이 숲에 생명을 다시 불어넣는 힘을 가져오기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