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섭

떠나기 위해 기다렸지만

우리가 기다리는 비행기는

아무래도 오지 않을 것 같았다

사람들은 졸거나 속삭이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움직이지 못하고

지나가버린 시계의 분침과

멈춰버린 유리벽 너머를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는 떠나고 싶었지만

떠나지 못하고

풍경처럼 거기에 앉아 있었다

멈춰 있는 여명 너머로는

멀리 새의 그림자 같은 것들도 보이지 않았다 (부분)

이 시는 시인이 핀란드의 작은 공항인 이발로 공항에서 직접 겪은 일을 시화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직접적인 체험의 묘사는 개인적인 차원에 그치지 않고 현재 우리 시대가 처해 있는 상황으로 상징화된다. 세계는 멈춰버린 ‘풍경’으로 현상하며, 그 풍경 속에 존재하는 우리 역시 비행기 연착으로 “멈춰 있”는 현 상황. 시인의 인식은 암울하다. 여명도 멈춰버리고 그 너머로 어떤 새도 날지 않는다니 말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