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영
양말을 꿰매다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날은
작은 바늘을 물려받은 것을 원망했다
내가 가진 바늘로는
기름에 찌든 끼니를 먹고
손가락을 따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구멍의 시작, 돌 반지를 팔고
담배 연기로 도넛을 만들어 쏘아 올렸다
마이너스통장엔 동그라미가
하나 더 생기고
자동이체로 빠져나가는 보름
저 밤하늘도 구멍 난 양말을 신었다
발꿈치가 환하다 (부분)
“작은 바늘을 물려받은” 위의 시의 화자에겐 바늘구멍은 그나마 있는 돈이 빠져나가는 구멍이다. 화자의 벌이는 구멍 난 양말을 꿰매듯 돈 새어나가는 구멍을 꿰매는 일밖에 되지 않고, 그럼에도 구멍은 꿰매지지 않는다. 하나 화자는 절망에 빠지진 않는다. 하늘 역시 화자처럼 “구멍 난 양말을” 신어 발꿈치를 드러내 보이고 있는 것, 저 ‘보름달-발꿈치’의 환한 빛이 화자에게 삶의 힘을 불어 넣어 주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