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

백내장으로

은혜도 원수도 다 희미해졌다

비루해서

남 같지 않는 생,

비굴한 체위라도

이생을 견디고 싶다

쓸쓸한 기미를 좇다

가족도 놓쳤고

감추며 살았던 흉터는

등이 되었다

가난을 횡단하며

섭섭함도 길이 되었다

등을 밀어준 눈물이여

눈 감으면

만경창파를 보여다오 (부분)

시의 화자는 감추고 싶었던 흉터가 등이 되어버린 비참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삶을 더 살고 싶다는 욕망은 버리지 않는다. 비록 ‘비루’해져버린 삶이지만, “비굴한 체위라도/이생을 견디고 싶다”는 것이다. 하여, 그 비참의 ‘눈물’이 그의 “등을 밀어”주어 “가난을 횡단하”는 삶의 길을 만들어줄 것이다. 이 시의 절절한 목소리는 숙연한 느낌을 준다. 그 목소리는 우리 내면 깊은 곳의 목소리이기도 하기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