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자

눈, 그것은 총체, 그것은 부품

알 수 없는 무엇이다

지운 것을 듣고, 느낌도 없는 것을 볼뿐더러

능선과 능선 그 너머의 너머로까지 넘어간다

그것은 태양과 비의 저장고

네거리를 구획하고 기획하며 잠들지 않는

그 눈, 을 빼앗는 자는 모든 걸 빼앗은 자다, 하지만

그 눈, 은 마지막까지 뺏을 수 없는, 눕힐 수 없는

칼이며 칼집이며 내일을 간직한 자의 새벽이다 (부분)

위의 시의 눈은 시적 비전-“내일을 간직한 자의 새벽”-을 가진 눈, 내일의 세계를 재구성하며 재창조하는 “잠들지 않는” 눈이다. 그래서 그 눈에서 나오는 눈빛은 칼처럼 날카롭다. 세계를, ‘네거리’를 다시 구획하기 위해서는 세계를 베어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시의 눈은 칼날이 서 있기에 “마지막까지 뺏을 수 없는, 눕힐 수 없는”것이다. 이 칼이 정숙자 시인의 신조어인 ‘공검’(허공을 베는 검)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