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후

옆집엔 아무도 살지 않는 것 같다

상관없는 일들이 계속 나의 초인종을 누른다

용건도 없는 빈손이 찾아든다

궤도를 이탈해 서로를 밀어내지만, 서로를 그리워하다가 중력에 굴복하는

이름도 쓸모도 없는 행성 같은 이웃들

이를 테면 옆집 사람의 감정

사이사이라는 말이 지나치게 다정한 말이 될 때

거리를 회복할 수 있을만한 몇 종류의 안부도 희박하다

지나치게 맑아 할 말이 없는 오늘 날씨처럼(부분)

시인은 우리가 이웃으로부터 자신을 격리하면서 살아나가고 있다는 현실을 민감하게 포착한다. 위의 시에서 이웃은 시적화자에게 이름도 없고 쓸모도 없는 머나먼 행성과 같은 존재다. 하지만 저 이웃 아닌 이웃의 존재가 시인의 의식의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리면서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극은 시인이 이웃의 상실을 무감각하게 버려두지 못하고 삶 자체의 위기로서 감지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