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요즘 뉴스가 온통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 그리고 국민의힘이 한편이 돼 이준석 전 대표와 벌이는 드잡이질로 도배가 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이 전 대표를 비대위체제 출범으로 선출직 당 대표에서 내쫓았고, 이에 맞서 이 전 대표가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하는 등 법적 판단을 신청하면서 벌어지는 공방이다. 그 과정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30% 이하로 떨어져 국정운영동력이 위태로울 지경이다.

지난 18일 취임 100일을 맞은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국면전환을 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국민의 말씀을 세밀하게 챙기고 받들겠다는 다짐 이외에는 별다른 알맹이가 없었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겨우 100일이 지났을 뿐인 데, 여당은 30대 젊은 당 대표와 싸우느라 국정운영에 힘을 보태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고, 정부는 야당의 공세에 시달리면서 물가상승과 고금리로 인한 경기침체에 대한 갖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민심과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의 정쟁에서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면 치밀한 전략이 필요한 법인데, 정부여당에 병법에 밝은 전략가가 없는 건 아닌가 의심스럽다.

최고의 병법서로 꼽히는 손자병법에서 손자가 생각하는 최상의 승리는 의외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즉, 미리 전략적으로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서 승리가 확정된 상황을 만들고 싸우는 것을 선호한다.

전쟁 이전에 전쟁을 일으킬 상황을 만들지 않아야 하고, 전쟁을 결심했다면 전쟁의 명확한 목표와 그로 인한 이득이 있어야 하며, 상대방의 전력과 나의 전력을 파악해 승기가 있는지를 먼저 보고, 직접 군사력을 전개하기 전에 계략을 동원해 내분에 빠뜨리는 등 상대방을 무력화시켜야 하며, 어쩔 수 없이 싸우게 된다면 최대한 빠르고 피해 없는 승리를 거둬야 한다는 게 손자병법의 핵심내용이다. 정치판에서의 정쟁에도 이같은 병법은 충분히 유용하다.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킨 국민의힘과 정면으로 맞서 싸우고 있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18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다른 정치인들이 어떠한 정치적 발언을 했는지 제대로 챙길 기회가 없었다”고 발언한 데 대해 “대통령이 (그런 걸) 파악할 의중이 없다는 것은 정치 포기”라고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윤 대통령과의 갈등을 언급하면서는 “인용하자면 국민도 속은 것 같고 저도 속은 것 같다”고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친박근혜’인사들이 공천에서 대거 탈락했을 때 한 말을 인용한 것이다.

윤핵관만을 거론하며 공격하던 이 전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직접 공격한 이상 더 이상 싸우지않고 이기는 방안은 사라진 셈이다. 전쟁이 벌어진 이상 이제는 최대한 빠르고 피해없는 승리가 최선이다. 그게 윤석열 정부가 바닥까지 떨어진 국정지지율을 회복하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