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무웅

유년의 봄 날

삼십 리 밖 쓸쓸한 소나무집

훤칠한 처녀가

뽑아다 준 백목련 한 그루.

내 마음에서 뽑혀나간 구덩이 하나 남기고

환한 얼굴처럼 온통

봄을 쏟아내던

지금도 그 울타리를

두근두근 배회하고 있을까

무심히 걸어두고 떠나 온

네 번이나 강산이 변한 오늘

백목련 한 그루 아직도

훤칠한 얼굴로 피어 있을까.

보아라, 만인萬人들아

툭툭 주름 터뜨리며 나무가 늙지

꽃이 늙더냐. (부분)

‘환한’ 백목련 나무는 사랑의 대상인 처녀이자 사랑에 빠졌던 자기 자신을 의미하겠다. 시인은 유년 시절에 보았던 백목련 나무가 “아직도 훤칠한 얼굴로 피어 있을”지 자문한다. 이는 자신에게 그녀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 있는지에 대한 질문인 것, 그는 단호히 말한다. 나무는 늙지만 꽃은 늙지 않는다고. 바로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이자 기억 속의 그녀의 존재라고 할 꽃은 결코 늙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