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기

겨울의 재 속

뒹굴던 뼈에 살이 오른다

동면의 시간을 깨고 죽음을 흔든다

깊은 대지의 속을 깨고 나온 푸른 촉들이 번들거린다

알을 깨고 나온 어린 새가 고요를 쪼고 있다

숫총각과 숫처녀의 첫사랑은 수줍다

그렇게 산은 수줍게 흔들린다

바람과 햇살은 조연으로 들러리다

굳었던 손가락을 펼쳐라

마비되어 쩔뚝이던 다리를 버려라

얼었던 나무에 생기가 돈다

기름기 하얗게 흐르며 타던 장작의 시간을 떠올린다(부분)

눈 속에 묻혀 죽어 있던 자작나무가 “죽음을 흔”들면서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다. 알을 깨고 나오는 어린 새에서 볼 수 있듯이, 식물뿐만이 아니라 동물도 새로이 태어나기 시작한다. 아니 세계 전체가 새로이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산 역시 첫사랑에 빠진 것처럼 “수줍게 흔들”리는 것을 보라. 시인은 이 세계의 재탄생을 보고 있는 우리들에게 겨우내 굳어졌던 손을 풀고 마비된 다리를 버리라고 명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