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철

바람이 가을을 끌어와 새가 날면

안으로 울리던 나무의 소리는 밖을 향한다

나무의 날개가 돋아날 자리에 푸른 밤이 온다

새의 입김과 나무의 입김이 서로 섞일 때

무거운 구름이 비를 뿌리고

푸른 밤의 눈빛으로 나무는 날개를 단다

새가 나무의 날개를 스칠 때

새의 뿌리가 내릴 자리에서 휘파람 소리가 난다

나무가 바람을 타고 싶듯이 새는 뿌리를 타고 싶다

밤을 새워 새는 나무의 날개에 뿌리를 내리며

하늘로 깊이 떨어진다

타자와의 관계가 맺어지면 주어진 상황을 거스르고자 하는 욕망을 낳으며, 그 욕망은 현재의 삶을 어떤 변화로 이끈다. 비상하고자 손짓하는 나뭇가지와 그 위에 앉아 뿌리를 내리려는 새가 관계를 맺자 나무의 ‘새-되기’와 새의 ‘나무-되기’가 이루어지는 것, 이때 새가 “하늘로 깊이 떨어”지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는 ‘되기’를 욕망하는 삶에서 일어나는 비상과 추락의 동시성, 그 역동적인 얽힘을 함의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