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식 “李 대표와 소통해봤지만
가처분 신청 의지 아직 강해 보여”
與 대표가 소속당 결정 반발 초유
사법부 판단에 비대위 운명 걸려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오후 국회에서 비대위원장 취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주호영 비대위원장 체제로 전환했으나 이준석 대표 측과의 법정공방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어서 상당기간 당 내홍 여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9일 전국위원회와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출범시켰고, 이준석 대표 측은 법적대응을 예고하며 격렬하게 반발했다. 비대위 전환으로 대표직을 박탈당하게 된 이 대표는 당장 전국위 의결을 포함한 비대위 전환 결정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제기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현재 이 대표 본인과 끝까지 최고위원직을 사퇴하지 않은 채 ‘해임’된 김용태 최고위원, 이 대표를 지지하는 책임당원 등이 각각 가처분 신청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실제로 가처분 신청을 접수하게 되면 집권여당 대표가 소속 정당의 결정에 반발해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이는 당 대표가 소속 정당에 총부리를 겨누는 모양새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집권여당의 운명이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는 것도 문제다. 삼권분립의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 대표도 이런 비판적인 의견들을 수렴하며 가처분 신청 여부를 최종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오는 13일 예고해놓은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입장을 최종 밝힐 것으로 보인다.

김근식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이날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제 이 대표와 소통을 해봤지만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는 의지는 아직까지는 강해 보인다”며 “본인이 옳다는 것을 공식적인 역사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가처분 신청접수라는 것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만약 이 대표가 가처분 신청을 하고, 법원이 이 대표의 손을 들어준다면 이 대표는 당 대표직 복귀와 동시 당내 주류인 친윤(친윤석열) 그룹과의 권력 투쟁에서도 반격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다면 국민의힘 비대위 전환과 이 대표의 실권에 법원이 정당성을 부여한 셈이 돼 이 대표에게는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비대위 전환과 맞물려 이 대표와 정면충돌한 당내 윤핵관 그룹의 퇴진을 촉구하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 대선에서 선대위 정세분석실장으로 일했던 김근식 위원장은 윤핵관의 2선 후퇴를 주장하면서 “대통령에게 이제 윤핵관을 믿지 말라는 말씀을 드린다”며 “공식 직책이 없는 윤핵관에게 당내 인사들도 줄 서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 대표의 법적 대응을 만류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국위원장인 5선의 서병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도 정치하는 분이고, 앞으로 본인의 정치 진로를 위해 가처분 신청 등 법적대응은 좀 자제해주시고 당을 위해 선공후사하는 자세를 갖춰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미경 전 최고위원도 전날 각각 “선공후사의 마음으로 자중자애할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 “이 지점에서 대표가 멈춰야 한다. 법적인 얘기를 할 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김진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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