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2층 아파트에서 짐을 싸다 말고 베란다로 가서 마당에 침을 뱉는다. 그때 아파트로 들어서던 남자의 머리에 침이 떨어지고 그가 쳐다보며 욕을 한다. “미안합니다.” 말하고 돌아와 짐을 쌀 때 키가 큰 여인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누구세요?” 그녀는 자기도 함께 가겠다고 말한다. “난 며칠 절에 가서 쉬려고 그래요.” 내가 말하자 “저도 그래요.” 처음 보는 그녀가 말한다.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

일련의 사건들이 인과관계 없이 연결된다. 짐을 싸다 침을 뱉고 침을 맞은 남자가 욕을 하고 시인은 사과한다. 그런데 사과하고 돌아오니 키가 큰 어떤 처음 본 여인이 자기도 함께 가지고 한다. 이러한 뒤죽박죽의 상황은 꿈과 유사하다. 시 속에 나오는 인물과 사건들은 실제 대상이 없는 것이다. 이 시는 꿈을 그대로 시화해서 현실인 것처럼 보여주고 있는 것, 하여 이 시에서 꿈과 현실의 경계는 해체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