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국

나는 나의 생을,

아름다운 하루하루를

두루마리 휴지처럼 풀어 쓰고 버린다

우주는 그걸 다시 리필해서 보내는데

그래서 해마다 봄은 새봄이고

늘 새것 같은 사랑을 하고

죽음마저 아직 첫물이니

나는 나의 생을 부지런히 풀어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생’-삶-은 언제나 하루를 “두루마리 휴지처럼” 버리고 또 다른 하루를 다시 시작하는 반복의 연속이다. 그래서 삶은 허무하고 쓸쓸하다. 하지만 한편으로 언제나 새로운 시작을 반복하는 것이 ‘생’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 그것은 하루를 쓰고 버려도 우주가 항상 새로운 ‘생’을 ‘리필’해주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렇다면 ‘생’은 우주의 선물이며 축복받은 것이다. 반복의 허무는 이렇게 극적으로 역전되어, ‘생’은 기쁨을 주는 것으로서 긍정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