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오현

사랑은 넝쿨손입니다

철골 철근 콘크리트 담벼락

그 밑으로 흐르는

오염의 띠 죽음의 띠

시뻘건 쇳물

녹물을

녹물을 빨아먹고 세상을 한꺼번에 다

끌어안고 사는 푸른 이파리입니다 (부분)

생명 작용의 미세한 산물들은 사랑을 드러낸다. 이 사랑 덕분으로 우리는 생명의 힘에 따른 인연으로 맺어진다. 생명을 낳고 되살리는 사랑. 그래서 사랑은 죽음을 생산하는 근대 문명을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이다. 죽음-철-을 끌어안으면서 사랑으로 전환시키는 저 작은 ‘푸른 이파리’는 생명의 근원이자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여린 이파리 한 잎이야말로 이 세계, 이 우주를 존재하게 해주는 근원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