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도선

얇은 옷을 트렁크에서 꺼내 입고

녹야원 푸른 잔디에 앉았다

햇살이 따가웠다 잘 가꾸어진 꽃을 쓰다듬으며

‘분명 겨울이 아니야’

그날 밤 몸은 심하게 열이 올랐다, 연신 콜록거렸다

몸이 인정하지 않던 겨울에

몸이 중심을 잃었다

부겐베리아가 빨갛게 웃고 있는 바깥

실내는 온통 포인세티아로 장식 돼있다

여기는 지금 꽃 지지 않는 겨울

마음을 가져오지 못한 몸은

감기에 시달리는 중 (부분)

‘부겐베리아’나 ‘포인세티아’는 모두 빨간색 꽃들이다. 그 빨간색은 심장의 색깔이라고 한다면 그 빨간색은 겨울을 견디는 마음을 전해준다. 추위를 이겨내면서 살아가는 삶의 방도는 겨울에도 지지 않는 붉은 꽃의 마음을 가지는 것이리라. 하지만 화자는 그런 마음의 준비도 없이 미리 봄을 맞이하고자 하다가 그만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 감기로 인한 열병은 겨울을 나는 성숙을 위한 고통일 게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