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유출 사태 ‘부메랑 효과’
윤핵관-李대표 갈등 격화 와중
당내 왈가왈부 뒤숭숭 분위기
일각 “비대위 전환 필요” 의견
權 대행 ‘원톱’ 유지될지 촉각

국민의힘 내에서 문자메시지 유출사태를 계기로 이른바 ‘윤핵관’과 이준석 대표 간의 갈등이 다시 격화하면서 지도체제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 대해 ‘내부 총질 당 대표’라고 표현한 텔레그램 메시지가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휴대폰에 찍힌 것이 유출되면서 한동안 잠잠한 듯했던 양측의 갈등이 다시 공개 표출됐다. 이 대표에 대한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 처분 이후 권 대행이 사실상 ‘원톱’을 맡아 당을 이끄는 것으로 정리됐던 ‘지도체제’ 문제가 새롭게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과 이 대표는 28일 이 대표가 ‘양두구육(羊頭狗肉·겉은 번지르르하나 속은 변변치 않음)’이라는 표현으로 응수한 것을 두고 공방전을 펼쳤다.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양두구육이라니? 지구를 떠나겠다는 사람이 아직도 혹세무민 하면서 세상을 어지럽히니 앙천대소(仰天大笑·하늘을 보고 크게 웃음) 할 일”이라며 이 대표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자 이 대표는 “오늘 국민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대통령을 잘못 보좌해온 사람 하나를 더 알게 될 것 같다. 그간 고생하셨는데 덜 유명해서 조급하신 것 같다”면서 “상대하지 않고 당원들을 만나러 또 출발하겠다”고 이 의원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임승호 전 청년 대변인은 페이스북 글에서 이 의원을 향해 “당원들을 만나며 소소하게 음식 먹고 이야기 나누는 걸 ‘혹세무민’이고 ‘세상을 어지럽힌다’고 평하네요.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는 총알이 본인들이 쥔 총에서 나오는 것도 모르고 허공에 몽둥이나 휘두르는 추태”라며 “내부총질이 아니라, 셀프 총질이고 자기 총질”이라고 응수했다.

권 대행은 이날 때마침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차세대 이지스함 1번함 정조대왕함 진수식’ 행사에 윤 대통령과 함께 참석했다. 수 주 전부터 이미 잡혀 있던 일정이었으나 ‘문자 유출 사태’이후 윤 대통령과 권 대행이 공개석상에서 처음 만나는 자리여서 관심이 쏠렸다.

권 대행을 비롯한 원내지도부는 문자 파문 수습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권 대행은 내달 초 4선 이상 중진들과의 오찬 회동을 추진하고 있고, 정기국회를 앞둔 다음달 25∼26일 1박 2일로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를 열기로 하고 당 소속 의원 전원에게 참여를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문자 유출 사태’를 둘러싼 여진과 함께 뒤숭숭한 분위기다. 당 혁신위원으로 활동 중인 천하람 당협위원장은 CBS 라디오에서 “대통령께서 이 대표에 관해 총체적으로 내부총질 하는 당 대표라고 보고 계신다는 게 메시지 자체에서 명확해졌다”며 “(이 대표 징계에) 뭔가 ‘윤핵관’들의 힘이 작용했고 대통령께서 그걸 그렇게 만류하시지는 않지 않았을까 의구심이 계속 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 대해 호의적인 조해진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이 대표가 당 혁신과 대선승리에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상황에 몰리게 된 데는 본인의 불찰도 있다”며 “과거와 다름없이 논란의 중심에 서고 당에 도움이 되는지 부담이 되는지 헷갈리는 모습을 보여주면, (징계) 기한이 다해도 복귀할 여건이 마련되지 못하거나, 복귀해도 식물대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3선 이상 중진들과 친윤 그룹 일부 의원들은 이번 문자유출 사태를 계기로 ‘비상대책위 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 시작해 ‘지도체제’를 둘러 싼 논의가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친윤계 한 의원은 “권 대행이 당 대표 대행 역할과 원내대표를 겸하는 체제로 6개월을 가기는 어렵다고 본다. 권 대행이 둘 중 하나를 내놓고 비대위 체제로 가는 게 맞다”고 했고, 한 중진 의원도 “최고위원들이 사퇴하고 정기국회 시작 전에 비대위 체제로 갖춰서 가야 한다”고 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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