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산

일하지 못해 상처받았거나

상처받아서 일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실업명세서를 드립니다

일을 멈추고 주저앉아

시간을 멈추고

하루를 멈추고 말을 멈추고 사랑을 멈추고

세상을 멈추는 순간의 당신에게

‘수고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두툼한 실업봉투 다달이 건네줄 수 있다면

월급날 으쓱했던 당신의 시간을 되돌려줄 수 있을까요

오늘은 월급날

일하지 못하는 당신을 생각합니다

일하지 못하는 당신의 마음에 지금 내가 들어가고 있습니다 (부분)

위의 시는 실업 시간에 놓인 당신에게 “월급날 으쓱했던 당신의 시간을 되돌려”주는 연대의 정신을 말해준다. 이 정신은 ‘실업명세서’라는 상징적인 이미지와 “상처받아서 일하지 못하는 당신”의 손을 잡는 이미지를 통해 제시된다. 이러한 ‘이미지-사유’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암시해준다. 그것은 삶이 삶을 나누는 연대의 시간, ‘공통체의 시간’을 창출하면서 살아가는 길이다. 우리 모두 떠나가며 만들어야 할 길.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