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재

한 달에 한 번은 죽음 쪽으로 가서 이쪽을 돌아봅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탄생 이전으로 가서 여기를 바라봅니다

생각하기 전에 평화라고 속으로 말합니다

생각하고 말하고 난 뒤에도 평화라고 말합니다

나지막이 평화라고 말하는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립니다

이것이 평화보다 먼저 평화가 되는

평화보다 먼저 평화를 사는 몇 안 되는 방법입니다 (부분)

위의 시에 따르면 평화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인이 평화 자체가 될 때, 즉 “평화보다 먼저 평화를” 살 때 비로소 도래한다. 생각 이전에 ‘평화’라고 속으로 발화하게 되는 상태, 이는 우리가 평화로서 존재하고 있는 상태다. 이렇듯 우리 자신이 평화가 되었을 때, “생각하고 말하고 난 뒤에도” “평화라고 말”할 수 있게 되리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서 평화를 생각하며 읽은 시. <문학평론가>